힙합엘이를 자주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듣는 힙합, 알앤비의 가사의 내용이 어떤지 자막 뮤직비디오와 가사 해석을 통해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 그중 특히 알앤비의 가사는 남녀 간의 사랑, 관계, 더 나아가 몸의 대화인 '섹스'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국내 알앤비 음악의 대부분은 정서상의 문제로, 어쩌면 심의상의 문제로 성적인 부분에 대한 표현의 수위가 낮은 편이다. 이러한 부분을 스타일과 성향의 차이 정도로 인지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장르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인터뷰한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Daze Alive Music)의 리코(Rico)는 그 본질에 굉장히 충실한 알앤비 보컬이다. 당장 오늘 밤 당신의 애인과의 잠자리에서 울려 퍼져도 어색하지 않을 리코의 음악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왔다.
LE: 반갑습니다. 먼저 힙합엘이 회원 분들께 인사 부탁 드릴게요.
R:안녕하세요. 저는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제리케이(Jerry.k)가 이끄는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 소속의 알앤비 보컬 리코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LE: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하셨는데, 서울은 공연이 있을 때만 올라오시는 건가요? 광주에서는 주로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네,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고요. 타 지역에 공연이 있으면 이동하는 식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LE: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곧 서울에서 ‘RICOVERs’ Vol.3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광주에서 ‘RICOVERs’ Vol.1,2를 진행했는데, 서울에서 연말 느낌으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어 진행하게 되었어요. 근데 광주에서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는데, 광주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서 완전 의외였어요. ‘서울에서 내가 이렇게 공연하면 오려나?’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60석이기는 하지만 예매가 40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해서 ‘이렇게 해도 꽤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커버곡들을 종종 올리거든요. (커버를) 굉장히 좋아해서요. 그런 커버곡들 위주의 공연이 ‘RICOVERs’거든요. RICO + Covers 라고 해서 지은 이름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은 첫 EP 앨범 준비에 매진하고 있고요.
LE: 올해는 세 개의 싱글이 나왔는데 이제 EP를 준비하시나 봐요. 선 공개 싱글이 더 있는 건 아니고 바로 나오는 건가요?
아직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에는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Bad On The Bed”가 수록될 가능성이 꽤 높고, 그 외의 다른 트랙들로 구성된 EP 앨범을 제작하고 있어요.
LE: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 볼게요. 일단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리코라는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선뜻 의미가 예상되지 않는 이름인데요.
사실 리코라는 이름에 의미는 없어요. 딱히 없는데 이름이 지어진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가 광주에서 활동하는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이라는 크루에 있었는데요. 크루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공연을 해야 했었어요. 제 본명이 박형민인데, (형들이) 박형민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무대에 서기에는 좀 그렇다, 이름을 만들라고 해서 갑자기 그 자리에서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어요. 빨리 만들어야 하니까 ‘뭘 해야 하지?’ 막 생각하면서 고민했어요. 그렇다고 팍 떠오르는 것도 아니어서 한참 고민하는데 크루 형 중의 한 명이 ‘너 리코 해라. 좋네.’라고 했어요. 근데 여기서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게 거기에다가 선샤인을 붙이는 거예요. ‘Rico Sunshine’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선샤인은 도저히 못 넣겠고, ‘네, 리코 할게요.’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리코라는 이름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조금 이상하고 어색했어요. 근데 계속 쓰다 보니까 적응이 되었고, 사람들도 ‘이름 괜찮아. 잘 어울려’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셔서 바꿔볼까도 생각하다가도 바꾸지 않고 이 이름을 계속 쓰게 되었죠.
LE: 지어주신 분이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시나요?
나중에 물어봤어요. 이 이름을 도대체 어떻게 지었느냐고 물어봤더니 푸에르토 리코가 생각나서 거기서 푸에르토를 빼고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아무 뜻도 없어요. 나중에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더라고요. 글자 하나하나에다가 단어를 집어넣어서 의미를 부여하자니 그것도 이상하고요. 그래서 그냥 지금도 계속 의미는 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는 이 이름이 싫지 않고 좋아요.
LE: 말씀하셨던 스무스 크리미널이라는 크루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같이 했던 크루인가요?
제가 음악을 아예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같이 했던 건 아니에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쯤부터 음악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알앤비라는 장르를 추구하는 건 아니었고 막연하게 노래를 하는 거였는데, 제가 고등학교 3학년과 스무 살 때부터 알앤비 음악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후에 군대를 다녀온 뒤 만나게 된 사람들이에요. 그때부터 제가 그 크루에 들어가서 광주 내에서 제대로 뭔가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활동이라는 걸 계속 해왔었어요.
LE: 크루를 만나기 전에는 노래를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되게 어렸을 때부터 했어요. 저에게는 되게 멋있었거든요. TV에 나오는 가수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에는 말을 못 꺼냈죠. 초등학생 때는 그때 특유의, 예체능 계열은 함부로 말 꺼내기 힘든 머쓱함이 있어서 그냥 넘어갔고, 중학생 때는 노래를 하는 쪽에 관하여 제대로 얘기해 본 적은 없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무래도 저를 공부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요는 아니지만 그런 뉘앙스를 풍겨 오시며 당부를 하셨어요. 너는 학문에 정진하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씀하셔서 그 말에 반박하고자 하는 용기가 안 섰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묵묵하게 나름대로 공부라는 걸 계속 쭉 했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공부에 대한 회의도 많이 들고, 노래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올라왔었어요. 공부가 잘 안되고 그러니까 노래 쪽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학교에 다닐 때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거든요. 계속 동아리 활동 같은 것으로 해소하고 그랬는데… 제 생각이 맞다면 그때 당시 실용음악, 보컬을 전공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던 추세로 기억해요. 다른 애들 하는데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었죠. 잘난 척 섞여서 ‘내가 하면 쟤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전원 웃음) 생각이 들게 하는 쟤가 하고 있는 걸 보니까 배 아프고 그랬거든요. 인문계인데도 같은 학교에 예체능 계열로 빠지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계속 고민을 했었어요. 원래 그런 고민은 아무에게도 얘기 안 했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친누나들한테도 아버지께 말씀드려볼까 물어보고, 그렇게 한참 고민을 하다가 굉장히 용기를 내서 아버지에게 말을 했죠. ‘저 음악이 하고 싶습니다.’ 이랬는데, 진짜 몇 년간 혼자 시도하려다 말고 고민했던 게 한 번에 싹 날아갔어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그냥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진짜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너가 그걸 하고 싶으면 해라.’라고 하셨어요. 저는 큰 결심을 하고 어떻게든 말을 잘해서 허락을 받기 위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그렁그렁하면서 그렇게 허락을 구했는데… 제가 그때는 아버지를 정말 무서워했거든요. 용기를 냈고, 엄청 하고 싶다는 걸 설명을 하려고 어린 나이에 나름대로 열심히 할 말을 준비하고 이야기했는데, 아무런 반박도 안 하시고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려고 했을 때는 충돌이 많았죠. 지금 당장은 하지 말라고도 하셨었고, 일단 공부를 해서 대학교를 입학한 뒤에 천천히 시작하라고 말씀하셨고요. 하지만 저는 그때 당장 하고 싶었고… 결국에는 설득 끝에 바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LE: 그럼 학원에 다니시면서 보컬을 배우기 시작한 거에요?
네. 첫 시작은 학원에서 레슨을 받는 그런 식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LE: 노래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흑인음악, 알앤비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 아니라고 하셨는데, 알앤비 음악에 관심은 어떻게 가지게 되신 건가요?
제가 그 당시에는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음악을 구분 짓는 게 가요, 팝송 딱 두 분류였어요. 우리나라곡, 외국곡 이런 식으로만 분류했거든요. 그 와중에서 니요(Ne-Yo)나 마리오(Mario) 같은 계열의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하다 보니 알게 되었어요. 시스코(Sisqo)라든지… 그런 식으로 몇몇 아티스트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게 알앤비다.’라고 느끼기보다는 그냥 외국곡이라는 인지만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가요보다는 팝송, 그 당시 제 나름의 분류에 따르면 팝송을 부르는 걸 더 좋아했거든요. 잘 하고 싶어서 영어 발음도 열심히 연습하고… 그러다가 당시에 팝송만 듣고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 제가 디깅을 하게 되었어요. 이것 저것 파면서 마리오의 음악을 듣다가 제이 할러데이(J. Holiday)를 알게 됐죠. 그때 당시에 제이 할러데이를 되게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나… 어쩌다 유투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마추어 싱어들이 커버곡을 라이브로 올리는 영상이 많아요. 그러다가 트레이 송즈(Trey Songz)를 알게 되고 “Can’t Help But Wait”이라는 곡을 알게 되어서 트레이 송즈에 확 빠져버려서 디깅을 하고 그러면서 ‘이런 게 알앤비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찾아 듣게 되었어요. 냅다 알앤비라고만 검색해서 뭐든 다 찾아 듣고, 들어보면서 알게 되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런 느낌이 알앤비라는 장르구나. 멋있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때가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알앤비가 좋다는 느낌만 가지고 있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스무스 크리미널 크루에 들어가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혼자서만 찾아 듣는 데는 한계가 있었나 봐요. 크루에 같이 있었던 형들이 스스로를 덕후라 칭할 정도로 음악을 되게 많이 알거든요. 랩을 하는 형들인데도 알앤비를 저보다 더 많이 아는 거예요. 지금도 여전하고요. 옛날 소울부터 지금의 음악까지 안 가리고 다 찾아 듣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그 형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알앤비라는 색을 더 확실하게 접하게 되었고, 알앤비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형들이 저에게 이거 들어봤느냐고 하면서 들려주고 안 들어봤다고 하면 '너는 이것도 안 들어봤냐. 이런 걸 들어야 알앤비를 들었다고 하는 거지. 한심한 녀석.’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전 ‘와, 이런 게 있구나.’ 생각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알앤비라는 장르가 정말 멋있고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가졌어요.
LE: 전역하고 나서 알앤비를 하겠다고 생각하셨으니 그렇게 오래전 일은 아니네요.
알앤비라는 장르로 나의 음악성을 세워보겠다고 한 건 스물둘 후반쯤이었던 거 같아요.
LE: 지금도 크루 분들이랑은 같이 인연을 유지하고 계시나요?
네.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만나서 음악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어요.
LE: 그러면 작년에 공개된 믹스테입들은 알앤비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나온 거네요?
네. 믹스테입이라는 방식에 대해서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믹스테입을 공개해서 자신을 어필하는구나.’라는 걸 알고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그걸 힙합엘이에서 처음 보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올린 것도 워크룸이었어요. 첫 믹스테입 수록곡들을 녹음해서 완성될 때마다 올리고 그랬거든요. 슬릭(Sleeq)이 그때 ‘Weekly Sleeq’을 올리고 있을 때여서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굳이 위클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한 주에 하나씩 올리는 식으로 했죠.
LE: ‘Boy’s Voice’ 믹스테입 시리즈의 첫 번째 믹스테입을 4월에 공개하시는데요. 믹스테입을 공개하게 된 건 여러 개 작업물이 쌓이다 보니까 이걸 믹스테입으로 포장해서 내놓으면 괜찮겠다 싶어서 하시게 된 건가요?
작업물이 쌓여서 냈던 건 아니고 믹스테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그전까지는 창작 활동을 전혀 안 했거든요. ‘알앤비를 해야지.’라고 생각했을 때도 해 봤자 커버곡 밖에 안 했기 때문에… 믹스테입이라는 방식을 접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LE: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알앤비 믹스테입이 힙합 믹스테입보다는 훨씬 생소하고 숫자도 현저히 적은 편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리코 씨만의 생각이 있으실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우리나라 씬에 알앤비를 하시는 분들이 적잖아요. 많이 존재함에도 제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저도 그렇고, 수면위로 올라가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저는 그 희소성이 저에게 효과적일 거로 생각했어요. 다른 믹스테입들은 다 힙합, 랩 믹스테입인데, 알앤비 믹스테입이라고 하면 그 타이틀 때문에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런 희소성이 장점으로 작용할까 싶어서 시도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알앤비 쪽은 믹스테입이 많이 없기는 한 것 같아요.
LE: 이후에도 굉장히 짧은 간격으로 믹스테입을 연달아 공개하였는데, 굉장히 부지런한 타입이신 것 같아요. 어떤가요?
제가 욕심이 많아요. 그때 당시에는 아무도 저를 모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뮤지션들을 아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크루 사람들이 전부이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작업한 걸 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번째 믹스테입을 냈어요. 반응이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반응이 없었고, (웃음) 그래서 ‘내가 뭘 더 안 해서 그렇구나.’라는 생각에 또 만들어서 다시 공개하고… 만들 때 3개월에 믹스테잎 한 개씩은 만들자는 생각을 아예 머릿속에 박아두고 계속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작업실에 매일 박혀서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가끔 더딜 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속도감 있게 잘 진행되었고, 그러다 보니까 꽤 많이 만들어지고… 이게 만들 때마다 계속 트랙 수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약간 쪽수로 밀어붙이자는 생각이 있어서 (웃음) 제가 트랙 수를 적게 구성해서 내 봤자 아무 소용 없을 것 같은 거예요. 많은 트랙수 로 구성해서 내고, 많이 비추고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첫 번째 믹스테입을 내고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해버리면 제가 또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잖아요. 저에 대한 존재감을 다시 끌어 올리려면 새로운 뭔가를 꺼내야 이전에 저를 알고 있던 사람도 저에 대한 관심을 안 끊어주시고, 새 작업물을 통해서 새로운 분들이 또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계속 누적시키고자 했어요. 그런 꾸준하고 많은 작업물을 내는 부분에 대해서 에이스 후드(Ace Hood)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멋있고, 그런 꾸준함을 닮고 싶었어요. 소위 말하는 '허슬러'가 되고 싶었죠.
LE: 초기 믹스테입에는 커버곡은 없고 모두 리코 씨만의 스타일대로 해석하고 가사를 새로 붙여 만든 트랙들만이 수록되어 있어요. 워낙 그러한 작업을 많이 해오셨으니 원곡이 있는 곡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수록곡 중에 제가 원곡을 모르고 인스트루멘탈만 알고 만든 곡들도 꽤 많아요. 그런 곡들은 원곡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죠. 아예 새로 듣는 거라서 그런 곡들은 상관이 없는데, 알고 있던 곡들의 경우에는 의외로 원곡의 느낌이 도움을 주는 부분도 많아요. 예를 들면 트레이 송즈의 “Love Faces”에 제가 “Sweet Noize”라는 트랙을 만들었는데, 그 원곡 자체도 되게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근데 곡 자체가 가진 느낌과 다르게 가려고 강박관념을 가지기보다는 그냥 이런 비슷한 느낌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며 만들었어요. 또, 원곡의 느낌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주고 싶을 때는 원곡을 안 들어요. 인스트루멘탈만 계속 들으면서 저 혼자 아무렇게나 뱉어보기도 해요. 원곡을 잊기 위해서요.
LE: 사실 원곡을 알고 있으면 원래 라인들이 자꾸 떠오르잖아요.
네, 자꾸 떠올라요. 근데 무조건 다르게 가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너무 어색하게 되더라고요. 진행도 잘 안 되고요. 물론 그런 생각도 도움이 되기는 하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고착화된 작업 방법이나 노하우가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LE: 그냥 많이 흥얼거리다가 떠오르는 라인들을 가져가는 편이신가요?
그런 식으로도 많이 하고, 아니면 그냥 마이크 앞에 서서 그때 바로 뱉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Sweet Noize”가 그랬고, 다른 몇 곡들도 그랬고… 일단 그냥 해보자는 식으로 인스트루멘탈을 틀어놓고 아무 가사나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가 멜로디를 붙여서 만들어진 것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도 있고,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고요.
LE: 커버곡도 믹스테입에 몇 번 넣으셨던 걸로 기억해요.
커버곡을 넣은 건 [Boy’s Voice 3]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트랙 수를 좀 많이 채워 넣으려고… (웃음) 양으로 밀어붙여야 해서 그때 당시에 창작이 조금 버거운 시기였고, 트랙 수 욕심은 있고… 그래서 커버곡을 넣기 시작한 거죠.
LE: 이후에 올해 3월에는 [R&B Boy] 믹스테입을 발표하시는데요. 뭔가 이전의 믹스테입과는 느낌이 사뭇 달라요. 이전까지는 습작들을 모아놓은 믹스테입이라고 하면 이 믹스테입은 정식적인 느낌이 강해요. 각오가 남달랐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사실은 이전 믹스테입을 만들 때와 다른 건 없었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던 마음가짐은 항상 같았어요. ‘또 해보자. 잊혀지면 안되니까.’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원래는 [Boy’s Voice 4]로 가려고 했는데, 크루 형들이 4까지 가면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고, 차라리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팔랑귀라 (웃음)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름을 바꾼 거고요. 작업 방식도 기존과 똑같았어요. 거기에 로우 디가(Row Digga) 형의 커버가 들어갔고, 오리지널 트랙을 수록할 기회가 생겨서 들어가게 됐죠. 그 차이 정도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Boy's Voice’ 믹스테입 시리즈를 만들었을 때는 많이 서투르고 어색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할 거로 생각해서 이전의 믹스테입보다는 확실히 [R&B Boy]가 좋은 느낌이 더 묻어 나왔던 걸 수도 있다고는 생각해요.
LE: 개인적으로는 퀄리티와 구성상의 측면이 많이 달라지고 오리지널 트랙도 좋았던 거 같은데… 기본적인 퀄리티 자체가 많이 향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리지널 트랙이 들어갔다는 사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전 것들보다는 퀄리티적인 측면에서는 그래도 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LE: 이전의 믹스테입과는 다르게 듀플렉스 쥐(Duplex G) 씨와 작업한 오리지널 트랙이 두 트랙 들어가 있는데요. 듀플렉스 쥐 씨와는 어떻게 작업하시게 된 건가요?
어글리덕(Ugly Duck)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알앤비를 잘 만들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고 소개해줬는데, 어떻게 컨택을 하다가 확 뭔가를 만들자고 해서 (비트를) 받았던 건 아닌 걸로 기억해요. 제가 비트 몇 개를 받았었거든요. 한참을 받아두고 만들려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러다 조금 내용을 쓰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만들어졌는데, 믹스테입에 넣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수록에 대해 요청을 하고 승낙을 받아서 만들고 넣게 된 거죠.
LE: [R&B Boy]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어글리덕이나 듀플렉스 쥐, 이런 분들은 알고 계셨던 거네요?
두 번째 믹스테입을 만들 때쯤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글리덕과는 제가 첫 번째 믹스테입을 낼 때쯤부터 알고 있었고, 듀플렉스 쥐랑은 두 번째, 세 번째 믹스테입 만드는 시기 사이에 알게 되었어요.
LE: 아무래도 어글리덕 씨와는 연고 덕분에 알게 된 게 클 것 같아요.
네. 예전에 공연을 같이 했던 적이 있어요. 거기서는 그냥 인사만 나누고 그랬는데, 어떻게 페이스북 친구가 되고 연락을 하게 되다 보니 알게 되어서요. 그렇게 친해졌어요.
LE: 로우 디가 씨가 커버 아트를 맡은 것도 흥미로워요. 어떻게 로우 디가 씨에게 커버 아트를 요청하시게 된 건가요?
로우 디가 형과는 예전에 “숲을 봐”라는 곡을 만드실 때 저에게 피처링을 의뢰하셨었거든요. 그때 알게 되어서 친해졌는데, 그 당시에 제 주변에는 아무래도 저는 커버 아트를 맡길 수 있는 분이 없었어요. 지난 믹스테입 커버들을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전원 웃음) 그래도 그때 제 기준으로는 이전의 커버아트도 전부 제 마음에 들었어요. 아무튼, 그러다 보니 떠오르는 분이 로우 디가 형 외에는 없었어요. 로우 디가 형이 제 두 번째 믹스테입부터 들으시고 저를 좋아해 주셔서 “숲을 봐”라는 트랙도 같이 했고, 또 그래서 (믹스테입 커버를) 부탁 드렸었어요. 그렇게 해서 처음 커버아트를 받았는데 '와… 짱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커버아트 하나로 믹스테잎의 질이 높아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LE: 그래서 그 뒤의 싱글들의 커버 아트들도 계속 같이하신 거군요.
네. 그렇게 같이 하게 되었어요.
LE: [R&B Boy]가 리코 씨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가 된 믹스테입 같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전 믹스테입보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거나 좀 더 인지도를 높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체감하는 건 사실 비슷해요. 네 개 다요. 제 욕심인지는 몰라도 저는 피드백이 왔다고 생각을 잘 안 하거든요. 그냥 내면 그렇게 끝나 버리는… 저는 항상 그랬어요. 믹스테입을 내면 허무했거든요. 내고 나면 그게 끝이라서요. 제가 다시 한 번 꺼내도 금방 가라앉고요. 믹스테입을 공개했을 때 여파가 유지되는 기간이 되게 짧잖아요. 그래서 항상 (체감하는 건) 비슷했어요. ‘그냥 또 냈구나.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새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 정도였죠. 제가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웃음) 그래도 [R&B Boy]는 듀플렉스 쥐랑 작업하고 로우 디가 형이 커버 아트를 만들어주시고, 이런 식으로 나름 만들어진 과정 자체는 특별한 것 같아서 다른 믹스테입들보다는 느낌이 좀 다르죠. ‘Boy’s Voice’ 믹스테입 시리즈는 방구석에서 저 혼자 한 거였는데, [R&B Boy]는 외부의 협력을 통해서 제작된 거니까요.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감회가 남다르기는 했던 것 같아요.
LE: 믹스테입 수록곡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곡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슬로우 잼을 되게 좋아해서 재미있게 만들었던 게 두 번째 믹스테입의 “Fire”라는 컬코 뱅즈(Kirko Bangz)의 “That Pole” 인스트루멘탈에 했던 거랑 아까 말한 “Sweet Noize”라는 곡도 되게 좋아하고요. 세 번째 믹스테입의 “Slow”라는 곡과 “갖고 싶어”, “Sex Yo Body”. “갖고 싶어”는 슬로우 잼은 아닌데 제가 되게 좋아하는 곡이에요. 리듬의 타이트함을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나름대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했던 곡이에요. 의외로 잘 나온 곡이었죠. 첫 번째 믹스테입에 “여기있어”라는 곡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처음으로 창작했던 곡이었거든요. 슬로우 잼 곡이고, 제가 나름대로 좋아하는 트랙이에요. [R&B Boy]에는 아무래도 언씽커블(Unsinkable)이랑 같이 한 커버곡이 있는데요. 그걸 되게 좋아하고, 오리지널 트랙들은 다 좋아해요.
LE: 리코 씨는 유독 커버곡을 많이 공개하는 편이신데요. 특별히 이렇게 커버를 많이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은연중에 연습의 효과도 노리고 있고, (웃음) 애초부터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커버하는 걸 되게 좋아해서 처음 시작했을 때도 커버로 먼저 시작했고요. 잊혀지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써도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여러 방법으로 저를 어필해서 저에게 유입되게 끔요. 제 창작물로, 커버곡으로, 영상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저를 알릴 수 있으면 좋죠. 최대한 저를 보여주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려고 했어요. 그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요즘엔 곡을 만들다가 뭐가 잘 안 풀리면 커버를 해요. 그러면 하루 동안 뭐라도 하나 했으니 뿌듯하니까…
LE: 커버곡들을 위주로 한 ‘RICOVERs’라는 공연을 진행하시는 것도 흥미로워요. 일반적인 공연과는 다르잖아요. 커버곡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본인이 좋아하니까 하게 되신 건가요?
일단 시작은 그렇게 했죠.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제 노래도 아니고 커버곡을 가지고 공연하는 건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싶었는데, 그래도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LE: 광주 쪽에서는 인기가 많았던 걸로도 같아요.
제가 ‘RICOVERs’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전에 두 번 정도 공연을 했어요. 그때는 (관객이) 적었어요. 첫 번째, 두 번째 믹스테입을 낼 때였으니까요. ‘리코가 누구지?’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근데 ‘RICOVERs’라는 공연 타이틀을 가지고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이전에 왔을 때보다 배로 온 거예요. 싱글을 발매하고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에 입단한 것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제가 광주에서 'RICOVERs'공연을 하는 카페가 있거든요. 거기가 되게 좁지만, 꽉 찼으니까요. 감사하죠. ‘RICOVERs’라는 공연 타이틀을 가지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더 많은 분이 찾아주셨었죠.
LE: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실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많은 참가자가 기존의 곡들을 커버하는 것이 그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과 에너지를 다 보여주거나 소모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오리지널 트랙을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커버를 많이 함으로써 소모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거죠. 리코 씨가 생각하시기에 노래하는 사람에게 커버란 건 어떤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커버를 하는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국내에 외국 알앤비 곡을 잘 아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국힙합 씬을 아는 사람들을 한해서만 봐도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시하는 게 아니고 외국의 알앤비에 대한 정보와 이해도가 약간 아쉬운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제가 외국 알앤비 노래들을 커버함으로써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 원곡을 찾아보고 좋아해 주지 않을까, 그 원곡의 아티스트와 다른 외국 알앤비 곡들에 대한 관심을 더 두지 않을까 하는 부수적인 생각도 하면서 커버를 하기 때문에… 저는 그래서 커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알앤비 곡들을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같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막연하게 제가 커버를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에너지 소모적인 측면에서 보면 저는 뭔가를 만들 때는 에너지 소모가 분명히 많이 되거든요. 근데 커버하는 건 체력 소모만 돼서… 저에게 지장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커버를 하면서 나름대로 연습이 되고, 다른 감을 찾는 느낌도 많이 얻어서 저한테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LE: 그럼 리코 씨가 커버한 노래나 재해석한 노래 중에 매니아, 팬분들이 이 노래는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이 아티스트의 음악은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노래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사람마다 알앤비를 듣는 취향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저는 되게 뉴스쿨 감성이거든요… 저는 제가 커버한 것 중이라고 하면… 뭐가 좋지… 뭐가 있었지? (웃음) 뭘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LE: 그럼 그냥 커버한 곡 이외의 것까지 포함해서 얘기해주세요. 일종의 추천이죠. 알앤비는 이거다. (웃음)
요즘에 제가 되게 좋게 듣고 있는 게 TGT. TGT의 [Three Kings]는 꼭 들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올해의 알앤비 앨범인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TGT 멤버의 솔로 앨범들은 다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탱크(Tank) 앨범은 웬만하면 다들 좋아할 것 같아요. [Sex, Love & Pain] 앨범을 들어보세요. 또,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 그런 느낌으로 하는 알앤비 싱어가 없는 것 같아요. 되게 좋아해요. 조(Joe)와 바비 브이(Bobby V) 앨범들도요. 트레이 송즈의 [Ready]는 진짜 꼭 들어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앨범은 트레이 송즈의 커리어 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해서요. 제가 트레이 송즈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저의 롤 모델이에요. 제가 트레이 송즈나 알켈리(R.Kelly)같은 경우에는 항시 좋아하는데, 근데 그다음 순서는 매번 바뀌거든요. 요새는 제이 할러데이를 다시 계속 듣고 있어요. 또, 어셔(Usher)도 다시 듣고 있고요. 타이리스(Tyrese) 앨범도 되게 좋고요.
LE: 지금까지 말씀하신 아티스트와 앨범들이 모두 다 당연히 리코 씨의 음악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겠죠?
네. 제가 영향을 되게 많이 받은 아티스트들이라서요.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비슷한 맥락일 것이니 아무래도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듣고 나면 훨씬 이해하시기가 쉬울 거로 생각해요.
LE: 그래서 그 맥락. 리코 씨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맥락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게요. (전원 웃음) 사실 리코 씨 하면 ‘음란’, ‘음란마귀’와 같은 키워드를 많은 분이 얘기하시잖아요. 실제로 쓰시는 가사들에서 야함을 넘어선 ‘음란’이 보이기도 하고요. (웃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원 웃음)
사실 정말로 이렇게까지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
LE: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아니에요. 저 맞아요.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전원 웃음) 알앤비라고 하면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주제를 많이 다루는데,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뤄도 그 안에 되게 여러 부분이 있잖아요. 그냥 순수한 사랑이나 연애나 이별이라든지, 아니면 그중에서도 잠자리와 관련된 것까지 사랑의 일환이잖아요. 뭐랄까, 우리나라에서 알앤비라고 했을 때 아무래도 후자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알앤비의 맛 중의 하나는 그런 주제를 다룰 때라고 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음란한 노래라기보다는 전 사랑 노래라고 생각해요. 알앤비의 매력이 ‘아름다운 선율 안에 있는 더러운 가사’? 약간 모순된 멋이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되게 솔직하고 걸러내지 않잖아요. 저는 그런 게 되게 멋있었거든요. 그냥 냅다 미화만 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매력을 되게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접하는 방향이다 보니까 더 매력을 느끼기도 한 것 같아요.
LE: 사실 원래 알앤비는 그런 게 장르의 본질이잖아요. 리코 씨는 그런 본질을 찾아가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네. 그렇죠.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하고 싶어하는데, 이게 그중에 하나거든요. 그냥 되게 멋있었어요. 제가 이런 내용을 담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트레이 송즈 때문이었거든요. [Ready]를 들었을 때… 예전에 학생 때는 탱크의 [Sex, Love & Pain] 앨범을 그 앨범을 제목 때문에 안 들었어요. (웃음) 제목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안 들었거든요. 그때는 알앤비가 다루는 내용이 그런 거일 거라는 받아들임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제 페이버릿 앨범이 되었죠. 엄청 듣죠. (전원 웃음)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순애보이고, 마냥 달콤하기만 한 그런 것과는 차이를 좀 두고 싶은 욕심도 있긴 있었어요. 물론, 저도 그런 류의 달콤한 사랑 노래도 하고 싶고, 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뭔가 욕심이 그 본질적인 부분으로만 치우쳐져 있어서… 그래서 아직은 설레고 달콤한 노래보단 이게 더 멋있고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어서 그런 쪽으로 만들어보고 있어요.
LE: 사실 한국에서 알앤비라 칭해지는 음악 중에 구분이 모호한데도 알앤비라고 칭해지는 것도 있고, 또 국내의 알앤비 안에서도 표현의 정도가 라이트한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국내의 알앤비 음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곡들도 알앤비라는 음악적인 느낌 안에서 움직이는 거라고 하면 알앤비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다루는 소재 자체와 표현의 정도가 다른 거지, 알앤비라는 느낌의 맥락 안에 들어가 있다고 하면 그런 것도 알앤비라고 생각해요. 그냥 저는 ‘이게 진짜 알앤비지.’라고 하면서 한다기보다는 제가 그런 느낌의 알앤비 곡을 만들고 싶어서, 멋있어서 하는 거거든요. 알앤비라는 장르 안에서 멋있다고 생각이 드는 건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지금 제가 꽂혀 있는 부분에 대해서 표현하려고 해요. 다르게 표현하시는 분들은 그쪽에 창작의 매력을 느끼셨기 때문에 알앤비라는 장르 안에서 그렇게 느낌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LE: 사실 7,8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알앤비랑 발라드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음악적인 감성은 발라드인데, 창법이 알앤비이어서 사람들의 판단을 애매하게 만드는 그런 건 있었던 것 같아요.
LE: 그럼 본인은 알앤비에 본질에 가깝게 음악을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도록 더 노력 중이에요. 근데 가끔씩은 제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전원 웃음) 이게 최근에 든 생각인데, 생각을 해보니까 외국곡도 그렇게까지는 않는데, 제가 너무 필터링없이 막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정식으로 발매된 트랙들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믹스테입 트랙들 같은 경우에는 제 기억에 되게 가사적인 부분을 안 걸렀던 것 같거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아, 아닌가? 내가 지나쳤나?’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가사적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던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물론, 들어주시는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래요. 근데 그렇다고 가사의 수위를 조정하고 그럴 생각은 아니지만요. 뭔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재미가 있어야 할 텐데…’ 싶죠. 여담이지만, 제가 (정식으로 낸 트랙 중에) “Shawty”는 아니지만, 발매된 곡들이 대체적으로는 슬로우 잼이고 현재 만들려고 하는 것들도 슬로우 잼이라서 슬로우잼에 대한 감이 둔해진 것 같기도 해요. 만들다 보면 또 안 그러겠지만…
LE: 사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그런 알앤비 가사의 선정적인, 성적인 내용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 것 같고,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코 씨의 공연이나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반응에 서운하기도, 재미있기도 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들 것 같아요. 어떤가요? 혹시 되게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나요?
제가 (공연 때) 퍼포먼스를 좀 하거든요. 허리를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그게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좀 무대 앞에서 그 퍼포먼스를 하거든요. 무대 바로 앞에 있는 관객과 거의 근접한 상황에서 제가 퍼포먼스를 해서 아무래도 그 퍼포먼스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멀리서 보면 환호하면서 좋아할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그렇게 움직이는 게 보이면… 저 같아도 좀 싫을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요즘에는 그런 퍼포먼스를 할 때 좀 뒤로 물러서서 하는 편이에요. 제가 눈치를 좀 많이 보는 편이라서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반응을 슬쩍슬쩍 보거든요. 근데 언제 한번은 ‘어, 쟤 왜 저래?’ 약간 이런 반응도 본 것 같고… (웃음) 그럴 때는 ‘내가 잘못했네.’라고 생각하면서 거리를 두려고 한 거예요. 이건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되게 조용할 때가 있어요. 퍼포먼스를 할 때도 그렇고, 아무래도 제가 타이트한 곡이 아니고 느슨한 곡으로 공연하다 보니까 그런 퍼포먼스가 있지 않고서야 임팩트 있는 부분이 적은 거 같아요. 피드백을 들으면 제 순서가 지루하다는 얘기도 들었던 거 같고… 아무래도 슬로우잼 트랙 위주로 구성하다 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조용할 때 제가 불안해해요. 정적이 흐를 때. 저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정적이 흐르고 있으면… 근데 어떻게 보면 거기서 반응을 어떻게 하는 것도 이상하네요. 슬로우잼에서 ‘오~!’ 하면서 환호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냥 제 개인적인 소심함인 것 같아요.
LE: 그럼 그런 정적이 없도록 퍼포먼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하시는 건가요? 또, 춤은 어떻게 배워서 하시게 된 건가요?
그것도 아무래도 트레이 송즈의 영향인 것 같아요. 트레이 송즈가 라이브 영상 같은 걸 보면 행위 묘사를 하거든요. 정말로 행위 묘사를, 쉐도우 복싱하는 느낌으로 해요.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로요. “Neighbors Know My Name”이라는 트랙을 라이브 할 때는 꼭 하거든요.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아무래도 트레이 송즈는 여성들로 하여금 엄청난 섹스 어필을 하는 그런 아티스트인데, 자기 투어나 콘서트 때 수많은 여성 관객을 앞에 두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근데 가끔은 느끼하고 그럴 때도 있거든요. 근데 알앤비는 좀 약간 오그라들고 느끼한 그런 것도 멋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퍼포먼스로 허리를 막… 진짜 손을 막 움직이고… (전원 웃음) 앞에 한 여성이 있는 것마냥… 심지어 표정까지도요. 찾아서 보시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거예요. 옷을 찢고… 남자인 제가 봐도 여자가 보면 진짜 끝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거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저런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시도했다가 반응이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서 계속해서 하는 거죠.
LE: 근데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게 표정에서 좋아함은 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소리로는 환호성이 오니까… 안 올 때도 있지만요. (웃음) 그렇게 환호성이 오니까 ‘아, 이게 반응이 오는 퍼포먼스구나.’라는 생각은 많이 들어요. 그리고 제 라이브 퍼포먼스의 정적을 깨주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해요.
LE: 트레이 송즈와 본인을 두고 비교하면 누가 더 센(?) 것 같나요?
트레이 송즈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죠. 일단 트레이 송즈는 항상 상의를 탈의하거든요. 근데 상의를 그냥 탈의를 안 하고 찢어서… 제가 최근에 봤던 인상 깊었던 퍼포먼스는 자기 나시티를 찢고 벗은 다음에 그 찢은 나시티로 자기 몸을 닦고, 속옷 쪽으로 집어넣는 거예요. 그리고는 돌리다가 돌돌 말아서 ‘이거 가질 사람!’이라는 말을 멜로디를 넣어서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죽는 거예요. ‘나 주세요~’ 이러면서… 그런 거에 비하면 제가 몸 조금 움직이는 건 그냥 율동… (웃음) 소위 골 때리는 퍼포먼스가 되게 많아요. 성행위의 도입부부터 결말까지 묘사하는 퍼포먼스도 있고… 이건 좀 여담인데, 마커스 휴스턴(Marques Houston) 같은 경우에는 “Naked”라는 트랙이 있는데요. 그걸 라이브를 하는데, 속옷까지 다 벗는 거예요. 제목이 ‘Naked’이니까… 어떤 박스 안에서 자신의 하반신은 천막 같은 걸로 가린 상태에서 라이브를 하다가 전주에서 하나씩 다 벗는데 나중에는 속옷까지 다 벗어서 던져 버리는 거예요. 진짜 신발도, 양말도 아무것도 안 입는, 다 벗는 퍼포먼스를 하는 걸 봤거든요. ‘미쳤구나. 와, 저렇게도 하는구나.’ 싶었죠. 근데 의아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거에 되게 열광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런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나 봐요. (웃음)
LE: 감성이 다른 거죠.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걸 하면… 누가 풍기문란죄 같은 걸로 신고할 지도… (웃음)
LE: 길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다시 리코 씨의 얘기로 돌아오면, 6월에는 데뷔 싱글인 “Work That”이 나왔어요. 첫 싱글인 만큼 또 그 수위가 대단했던 것 같은데요. 일단 제리케이 씨와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으로 함께 하는 것과는 별개로 진행 중이던 싱글이었나요?
네. 이전에는 이 트랙을 싱글로 낼 생각 없이 당시 스무스 크리미널 크루 동생에게 그냥 비트만 받아놨었던 곡이었는데, 싱글을 내고 싶은 욕심이 갑자기 생기더라고요. 싱글을 내도 재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로 내자는 생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슬로우잼 계열의 느낌으로 바로 만들게 됐어요. 크게 어마어마한 에피소드는 없고… (웃음) 되게 그냥 만들었어요. 첫 싱글이 내고 싶어서…
LE: 그 이후에 나왔던 “Shawty”는 믹스테입에 수록된 곡을 새 비트를 입히면서 발표한 싱글이잖아요. 그렇게 재해석한 노래 중에 “Shawty”만 싱글로 발표한 이유가 있나요? 들어봤던 노래 중에 수위가 가장 낮았던 것 같은데…
네. 그냥 노래죠. (전원 웃음)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성적인 내용을 다루는) 그런 가사도 좋아하지만, 제가 알앤비라는 장르 내에서는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 하고 싶어요. 그 와중에 “Shawty”라는 곡 자체가 되게 뭐랄까, 외국곡으로 따지자면 마리오의 “Let Me Love You”같은 그런 느낌으로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순전히 욕심 때문에… 광주에서 애드밸류어(Addvaluer)에 있는 언싱커블(Unsinkable)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작업을 해서 싱글로 발매하게 됐죠.
LE: 처음 나왔던 “Work That도 그렇고, “Shawty”도 그렇고, 리믹스 작업이 된 버전들이 꽤 있더라고요. 쟁쟁한 랩퍼들이 많이 참여했던데, 랩퍼들과 리믹스 작업을 자주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Work That”같은 경우에는 제리케이 형이 해보시겠다고 해서 제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그리고 처음에 딱 ‘해봤다. 들어봐라.’라고 들고 오셨는데, 장난 아니어서… 뭔가 가사적인 측면이 훨씬 더 장난이 아닌… (웃음)
LE: 그건 또 제리케이 씨가 “Bad Recipe”에서… (웃음)
네. “Bad Recipe”에서 저의 노래를 동요로 만들어버리는… (웃음) 아무튼 그때 듣고 ‘아, 이거는 리믹스로 넣는 게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전 원곡보다 리믹스 버전을 더 좋아하거든요. 가사 때문에… 가사가 멋있어서요. 그렇게 작업하게 됐고, 이치원(EachONE) 믹스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치원 형이 리믹스를 해주셔서 하게 됐어요. 막 “Work That”이 나왔을 때 앤덥에게 랩 피처링을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마침 이치원 믹스를 만드는데 잘 됐다 싶어서 이치원 믹스에다가 앤덥이 피처링을 하게 됐죠. “Shawty”같은 경우에도 올티(Olltii)에게 연락이 와서 랩 피처링을 부탁했죠. 원래는 “Shawty”에 피처링을 할 생각이 아니었고 아마 “Work That”이었을 거예요. 제 기억으로는요. 근데 아무래도 “Work That”은…
LE: 미성년자…
그런 것도 있고, (웃음) 아무래도 피처링을 두 분이나 했기 때문에 “Shawty”가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가 “Shawty”는 어떠냐고 물어봐서 좋다고 해서 성사가 됐고, 리믹스를 하게 된 거예요. 정말 고맙게도 다들 먼저 연락을 취해서 리믹스를 하고 싶다고 해줘서… 저는 되게 감사하죠. 제 곡이 리믹스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정말 그때 당시에는 고마운 일이었고, 지금도 되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LE: 그런 랩퍼 분들과 리믹스 작업을 하셨는데, 랩퍼 분들을 비롯한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고 있는 비비드(VV:D)의 멤버 분들이나 여타 보컬 분들과도 자주 교류하시는 편인가요?
막 그렇게 많이는 알지 않은데, 엘로(Elo)랑 친하게 지내요. 누구랑 또 친하게 지내지? (웃음) 벤(Ven) 형이랑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일수도… (웃음)
LE: 그럼 벤 씨가 “또 봐(Au Revoir)”를 리믹스했기 때문에 리코 씨도 하셨던 건가요? 경쟁심이랄까요?
욕심은 있었어요. 보컬들이 다 커버를 하니까 하고 싶은데 솔직히 조금 자신은 없었어요.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해서 제가 타이밍이 약간 애매하게 좀 물을 덜 탔는데… (웃음) 하고 싶은 건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했죠. 팔로알토(Paloalto) 씨가 커버를 원하면 연락을 주라고 트윗을 올리신걸 봐서 고민하다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또, 제가 워낙 커버를 좋아하니까… 좀만 더 일찍 알았다면 저도 동시에 낼 수 있었을 텐데… (웃음)
LE: 다음 얘기로 넘어가 보면, 10월 말에 나온 “Bad On The Bed”가 나오는데요. 제리케이 씨가 새롭게 세운 레이블인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의 소속 뮤지션이 되신 다음에 나온 첫 싱글이 맞나요? 제가 확인한 바로는 맞는 것 같은데…
네. 공식적으로는 제가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에 입단한 뒤로 나온 공식적인 싱글이 맞죠.
LE: 어떻게 제리케이 씨와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으로 같이 하시게 된 건가요?
제리케이 형이 저를 처음에 영상을 통해서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믹스테입 곡으로 공연한 영상으로 처음 접하셨다고 하셨어요. 어글리덕이 보여줘서… 그때부터 저를 눈여겨보셨다는데, 사실 싱글 “Work That”도 제리케이 형이 다 도와주셨거든요. 리믹스 같은 경우에도 도와주신 거라고 보는 게 맞죠. “Shawty”도 그렇고… 사실 “Work That”부터 “Shawty”까지 도움을 다 받았었어요. 도움을 받으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냈던 싱글들인데… 그런 식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셔서 친분을 가지고 있다가… 아, 그 이전에 맨 처음에 제리케이 형의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곡에 피처링을 했었어요. 그 이후로 “You Make Me Feel”에도 피처링하게 되고… 그러다가 언제 한번은 직접 만나뵀었는데, 그때 제리케이 형이 제안하시더라고요.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금 결정할 필요 없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진짜로 천천히 생각했었어요. (전원 웃음) 되게 오래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천천히 생각하는데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사실 처음에 그냥 제의했을 때부터 되게 솔깃했었어요. 그냥 여기서 오케이할까 싶다가 신중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으니까… (웃음) ‘들어와라.’라고 했는데 ‘네!’ 하면 좀 그러니까… 그런 것도 있고, 저도 고민을 좀 더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고 했어요. 이런저런 것도 제리케이 형에게 물어보고 답변들을 들으면서 생각을 하다가 들어가는 게 저에게는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가는 걸로 결정하게 됐죠.
LE: 사실 신생 레이블이고, 제리케이라는 아티스트는 컨셔스하고 타이트한 랩을 뱉는 랩퍼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런 색깔의 랩퍼가 세운 레이블에 알앤비 보컬이 들어가는 게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되게 그냥 들어갔네요. (전원 웃음) 저에게는 아무래도 (레이블에 들어감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컸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이미지가 맞고, 맞지 않는 것에 대한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그렇게 색깔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레이블을 하지 않잖아요. 가령 예를 들면, 그렇게 보면 메이백 뮤직(Maybach Music Group)에 오마리온(Omarion)이 들어간 것도 이상한 거잖아요. (웃음) 그렇게 따지면 알앤비 보컬은 힙합 레이블 어딜 들어가도 이상하고 어색하겠죠. 저는 그런 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들어갔었던 거라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요. 그냥 저는 저대로 색깔이 있는 거고, 제리케이 형은 제리케이 형대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 각자의 색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레이블이 만들어진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LE: 보통 요새는 보컬 아티스트 분들이 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공중파 진출, 혹은 인디펜던트 레이블이라 할지라도 큰 레이블을 찾는 것 같은데요. 혹시 지금보다 더 큰 욕심을 가지고 있거나 하지는 않으신가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욕심은 이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이 커졌으면 하는 것뿐이에요. 큰 레이블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제가 음악을 할 때 제약이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하면 돼요. 그런 것 때문에 또 제가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에 되게 매력을 크게 느꼈던 거거든요. 전혀 필터링하지 않아도 되는… 할 필요가 없어요. 전혀 제약이 없기 때문에 그냥 제 것을 하면 돼요. 제가 활동함으로 인해서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이라는 레이블 규모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LE: 얼마 전에 발표된 제리케이 씨의 새 앨범인 [Dope Dyed]에 수록된 두 곡인 “Fire”나 “Daze Alive”에 참여하셨었는데요. 기존의 리코 씨가 하는 느낌의 트랙이 아니잖아요. 작업하는 데에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요? 혹은 ‘아, 원래 내가 이런 거 안 했었는데…’라고 느끼면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든가…
제가 힙합 트랙 위에 멜로디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어거스트 알시나도 좋아하는 게 감성은 힙합인데,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Fire” 같은 경우에는 혼자서 되게 재미있게 했었고, “Make You Proud” 같은 경우에는 조금 어색했어요. 제목만 들어도 저랑 전혀… (웃음) ‘Make You Proud’… 저는 그런 식으로 ‘Make You Proud’ 시키는 게 아니니까… 난 너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게 그런 게 아니고 제 방식이 있으니까… (웃음) 좀 그렇긴 했는데, 전 아무래도 피처링 제의하는 사람이 만족한다면야 괜찮아요. 피처링한 부분에 대해 어떤 주문이 들어와도 저의 색이 묻어나올 거로 생각해서 무리하게 어색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다른 피처링의 경우에도 그렇고요.
LE: JJK 씨와 같이했던 “Thank You, Summer”는 어땠나요?
그것도 되게 의외로 금방금방 재미있게 했어요. 비트 보내주시고 받은 다음 날 바로 녹음을 끝냈거든요. 그런 느낌의 곡도 처음이었어요. 여름을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고, 그런 느낌의 노래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 되게 욕심이 났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만족해주시고…
LE: 그 외에 다른 아티스트 분에게 피처링한 트랙으로 몇 트랙이 더 있지 않나요?
비다 로카(Vida Loca)의 “Take It Off”랑 하이 플라이즈(High Flies)의 싱글인 “Detroit Girl”에 참여했었죠.
LE: 다시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 관련 얘기로 조금 돌아오면, 리코 씨가 생각하기에 제리케이 씨는 사장님으로서, 아티스트로서, 형으로서 어떤 분인가요?
제가 광주에 살다 보니까 대면을 자주 못해요. 이게 맞는 판단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냥 좋아요. (웃음) 레이블 사장님으로서 생각했을 때 제가 음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전혀 저에게 제약을 안 두시거든요. 오히려 도움을 주셨으면 주셨지… 제리케이 형 같은 경우에 능동적인 움직임을 중요시하시거든요. 제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도움도 없는 것. 저는 그걸 되게 좋아해요. 저도 수동적인 걸 안 좋아해서요. 그래서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에 들어가서 창작 활동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이 전혀 없어요. 능동을 기반으로 터치가 없다는 게 저한테는 참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이런저런 부분에 대한 서포트를 받는다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형으로서도 뭐랄까, 되게 말씀을 잘하시는데요. 이게 말씀을 잘하신다는 게 제가 평가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웃음) 그런 게 아니고 말 그대로… 목소리가 좋으셔서 그런가?
LE: 조리 있게 말씀을 잘하신다는 얘기 아닌가요?
네.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시면 항상 신뢰가 가고 그래요. 진짜 뜬금없는 말도 ‘이게 맞구나.’라고 생각이 들도록… 눈 안 내리는데 지금 눈 내린다고 하시면 ‘아, 눈 내리는구나.’라고 생각하게… (전원 웃음) 그 정도로 신뢰가 많이 가는 형인 것 같아요.
LE: 같은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는 슬릭 씨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사람에 대한 것도 좋고, 음악에 대한 것도 좋고요.
슬릭을 처음 알게 된 건 슬릭이 매주 작업물을 한 곡씩 공개하는 프로젝트인 ‘Weekly Sleeq’을 진행하던 때였는데, 그걸 좋게 들어서 기억해 두고 있었어요. 어쩌다 보니 같은 레이블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성격이 좋아요. (슬릭이) 말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제가 말 수가 많아요. (웃음) 제가 레이블에서 말이 제일 많아요. 레이블뿐만이 아니고 대한민국 평균으로 따져도 제가 말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말 많고 그런 것으로 직접 슬릭에게 까이고, 제가 드립을 치면 재미없다고 까이고… (웃음) 되게 친해요. 금방 친해졌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서로 모르게 말 놓고 있고 할 정도로요. 랩도 잘하고… 랩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잘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제리케이 형의 [Dope Dyed] 앨범에 참여한 "Fire" 라는 트랙에서 포텐셜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LE: 10월 말에 나온 “Bad On The Bed”가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과 함께 한 이후의 첫 싱글인 걸로 알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싱글이니 간단한 소개도 좋을 것 같고, 함께 작업한 옐라 다이아몬드(Yella Diamond) 씨나 뮤직비디오에 대한 얘기를 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일단 "Bad On The Bed" 는 "Work That"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셔도 될 것 같은데요, 평상시 연인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의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반전매력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만들었던 곡이에요. 옐라 다이아몬드와는… 어떻게 만났더라?
LE: 혹시 제리케이 씨가 제이팩토리(Jay Factory) 씨와 작업을 하셨고, 제이팩토리 씨가 옐라 다이아몬드 씨와 같은 크루에 계셔서 알게 된 게 아닌가요?
아! 정말 기억이 잘 나도록 집어주시네요. (전원 웃음) 아마 그럴 수도 있어요. 옐라 다이아몬드와 처음 만나게 된 건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 첫 공연 때 옐라 다이아몬드가 보러 왔었어요. 공연이 끝날 때였는지, 리허설 때였는지 옐라 다이아몬드가 제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봤었어요. 저는 그냥 느린 노래면 좋다고 했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나중에 연락이 왔는데, 저를 위해 느린 노래를 만들었대요. 보내준 곡을 들어봤는데 좋게 들었거든요. 애초에 "Bad On The Bed" 라는 제목으로 이런 내용의 곡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이 곡을 받고 작업하게 됐어요. 저와 알앤비를 듣는 취향도 거의 비슷해요. TGT 좋아하고… 제 싱글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곡도 되게 멋지게 잘 만들어요. 멋진 친구예요.
LE: 뮤직비디오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뮤직비디오의 감독은 딥플로우(Deepflow) 형이 맡아주셨는데요. 딥플로우 형과 제리케이 형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였어요. 제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웃음) 제가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의외로 많이 나왔네요.
LE: (여성 분과) 촬영은 따로 하셨나요?
아니요. 같은 장소에서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단 수위가 낮은 뮤직비디오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저는 예상한 그대로 나오긴 했는데,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생각보다 야하지 않다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저와 상대 여성 분과의 '합'도 없고… (웃음)
LE: 아쉬우셨나요? (웃음)
아니요. 아니, 아니요… (웃음) 저는 오히려 그런 것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게 필요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없더라고요. 그 여자분이 주인공으로 나와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저는 제가 더 적게 나올 줄 알았는데, 민망하게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사실 이 뮤직비디오가 1차 촬영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파일이 전부 날아가 버린 거예요. 그래서 2차 촬영을 한 건데, 오히려 2차 촬영이 더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요.
LE: 개인적으로는 노골적인 장면이 나오기보다는 은밀하고 은유적인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야하게 받아들였어요. 상상하게 만든 달까요?
그게 진짜 야한 거죠.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상상을 하게 만드는…
LE: 그 여주인공분은 전문 모델이신가요?
아니요, 그냥 학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LE: 훌륭하네요… (전원 웃음) 기타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보도록 할게요. 믹스테입 때는 어떻게 녹음을 했었고,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녹음을 하시나요? 작업 환경에 대한 질문인데요.
[R&B Boy]까지는 제가 몸담고 있던 스무스 크리미널이라는 크루의 작업실이 따로 있었어요. 그 작업실의 장비를 사용해서 녹음했었고요. 지금은 제가 스무스 크리미널에 속해 있지 않고, 광주의 제 개인 공간에 장비를 마련해 따로 작업하고 있어요. 직접 만나 작업하는 것보다는 주로 원격으로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LE: 개인적으로는 녹음 상태에 따라 곡의 퀄리티가 굉장히 달라진다고 느꼈어요. 처음 녹음할 때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제가 녹음을 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시퀀서를 잘 다루지 못해서 사실 첫 믹스테입 같은 경우는 제가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단축키도 잘 모르고… 지금도 잘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했었거든요. 아직도 반수동의 느낌이에요.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자동으로 끼워 맞춰주고 하는 기능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제가 직접 눈대중으로 끼워 넣으면서 하고 있어요. 지금도 그런 것에 대한 불편함이 전부 해소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집에서 작업하다 보니 작업할 수 있는 시간대가 한정되어 있어요. 약간은 그런 틀에 갇혀있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고충이 조금은 있죠.
LE: 서울로 올라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네. (광주에 있는 게) 제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광주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긴 해요. 크루도 몇 개 있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전 그중의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저로 인해 사람들이 '광주라는 지역에서도 힙합과 알앤비를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 제게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런 것을 선동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고, 그렇게 활동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이렇게 하고 있어요. 제가 광주를 떠나버리면 광주에서 활동하는 게 아니게 되잖아요? 제가 광주에 있어야 광주에서 열리는 공연 위주로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고, 광주에 공연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광주에 있어야 얼마 없는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확률도 더 높아지고, 서울에서 공연이 있을 때엔 제가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면 되니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LE: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많이 있으신 것 같네요.
뭐랄까, 애착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냥 욕심이 생겼어요. 연고지라서, 내가 사랑하는 도시라서, 그런 느낌은 아니고 제가 광주에서 태어나고, 광주에서 자라서. 광주에 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는 게 제게 더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광주에는 로컬 씬이 아직 없다는 생각을 제가 깨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LE: 개인적으로는 리코 씨의 작업물보다는 라이브를 더욱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는 제 라이브가 조금 들쑥날쑥하다고 할까요? 기복이 아주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녹음물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생각했던 느낌으로 녹음물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많았어요. 특히 믹스테입을 작업할 때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곡을 상상하면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녹음하면 비슷하지만 그런 느낌은 아닌,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또, 제가 믹싱 같은 것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보니 믹싱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그냥 리버브만 넣고 끝내고, 소리가 조금 찢어져도 '그럴 수도 있지, 믹스테입이니까…'라고 생각하거나 (웃음) '러프한 맛으로 가자!'라고 하면서 자기 합리화하며 작업했어요. 아무래도 그래서 녹음의 품질은 좋을 수가 없었죠. 그래도 저는 녹음물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제가 공연을 할 때는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또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모니터링이 잘되지 않거든요. 제가 어떤 음정을 뱉고 있는지조차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예 다른 키로 다른 노래를 부를 때도 있어요. 그런 것 때문이라도 저는 오히려 녹음물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요. 녹음물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을 할 수도 있고요.
LE: 보컬 라인을 만드는 법은 학원에서 레슨을 받으시면서 배우신 건가요?
아니요. 그때는 순전히 노래하는 것만 배웠어요. 그냥 보컬 레슨이었고, 보컬 라인을 만드는 것은 믹스테입을 시작했을 무렵에 시작했어요.
LE: 보컬 라인을 만드실 때는 대부분 멜로디를 흥얼거리시면서 만드는 편이신가요?
네. 제가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어딘가에 담아뒀다가 그냥 날아가는 경우도 많아서요. 예전에는 떠오르는 멜로디를 녹음을 해두거나 적어두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다시 찾아보는 경우가 없더라고요. ‘그냥 작업해야지.’ 하고 앉아서 그 자리에서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모아놓은 것이 도움을 준 적은 있어요. 믹스테입 중에 모아둔 구절을 전부 집어넣어 완성된 곡이 있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쌓아둔 멜로디와 가사만 싹 다 붙여넣어서 만들었어요.
LE: 곡을 직접 쓸 생각은 없으신가요?
시퀀싱 욕심도 많은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시퀀서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고, 건반을 잘 다루지도 못해서 당장 크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최근 작업한 옐라 다이아몬드라든지 그 외에 좋은 곡을 만들어 주는 프로듀서들이 많아서 합작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LE: 여성 알앤비 곡에도 노래하시는 데요. 특별히 더 고민하는 부분이 좀 더 생길 것 같기도 해요. 원곡은 여성이 부른 곡이니까요.
"Body Party"같은 경우에는 여성이 부른 곡이지만, 저도 가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해봤어요. 제가 가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 당시에 제가 엄청나게 꽂혀있던 곡이거든요. 이 곡을 커버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해봤더니 어떻게 나오더라고요. 2절 뒤로는 힘들어서 못 하겠고요. (웃음) 그리고 질 스캇(Jill Scott)의 곡과 엘 바너(Elle Varner) 곡을 커버했을 때는 여성 보컬이어서의 부담이 없었던 게 인스트루멘탈만 듣다 보면 남성 곡인지 여성 곡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작업해서 부담은 없었어요.
LE: 올드한 알앤비들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런 올드한 스타일의 곡들을 선보일 생각은 없으신지도 궁금하고요.
제가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감성이 뉴스쿨 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어요. 제가 올드스쿨 쪽 음악을 알게 된 것도 최근이거든요. 제가 좋아하던 가장 옛날 가수가 시스코 정도였는데, 지금은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도 접하게 되고… 블랙스트리트를 나중에 접하게 된 게 이상하기는 한데, (웃음) 그 정도로 제가 뉴스쿨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옛 음악을 더 많이 접하면서 매력을 느끼고 있고요, 조의 앨범 중 [Signature] 같은 앨범을 보면 옛 느낌을 잘 살리면서 요즘의 세련미도 가지고 있는 느낌도 좋아하고요. 자니 길(Johnny Gill)이라든지, 찰리 윌슨(Charlie Wilson)과 같은 연고가 오래된 가수들의 요즘 앨범도 본인의 색이 잘 묻어있으면서도 요즘의 스타일이 느껴져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저도 옛날 곡들을 커버해 보고 싶은데, 인스트루멘탈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최근엔 옛날 소울만의 선정성보다는 무드 있는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젠틀한 아저씨가 '아가씨~'하는 것 같은… (웃음)
LE: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저희 힙합엘이에는 자주 오시는 편인가요?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하루에 한 번씩 봐요. 제가 친한 형들과 힙합엘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정말 힙합엘이가 짱이라고… 어떻게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언제나 '힙합엘이가 짱이지…'라고 해요. 자막 뮤직비디오 같은 컨텐츠는 저와 같이 감성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영어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예요. 가사적인 표현을 어떻게 하나 알고 싶을 때는 힙합엘이를 들어가 해석된 알앤비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봐요. 저는 그 해석이 정말 좋아요. 영어문장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이 알기에 쉬운 한국인들의 어투로 해석을 해주셔서 훨씬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게는 아무래도 자막 뮤직비디오가 최고인 것 같고요. 뉴스라든지 다른 컨텐츠들도 빠르고, 카카오페이지도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형들과 ‘역시 힙합엘이다.’라며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LE: 저희가 외국힙합을 많이 다루는 사이트인데, 리코 씨는 최근에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계신가요? 특히 요새 PBR&B가 많이 유행하는데, PBR&B도 들으시나요?
제가 PBR&B는 거의 안 들어요. 부정적이기보다는 제 취향에서 벗어난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알앤비라고 불리는 곡들을 더 좋아해요. 아까 말했던 TGT라든지, 알켈리의 [Black Panties]와 같은 그런 알앤비를 더 선호해요. 미겔(Miguel)은 좋아해요. [Kaleidoscope Dream]에서의 "Do You…"를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아, 엘로를 통해서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라는 아티스트도 알게 되었는데, 좋아서 많이 듣고 있어요. 드레이크(Drake)의 [Nothing Was The Same]도 요새 다시 많이 듣고 있고요. 요즘 힙합 쪽으로는 드레이크 앨범을 제일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 나온 에이샙 내스트(A$AP Nast)의 "Trillmatic"도 짱인 것 같아요. 힙합도 뉴스쿨 쪽으로 많이 듣고 좋아해요. 힙합과 알앤비를 반반으로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요새 또 어거스트 알시나의 EP 앨범을 다시 돌려 듣고 있고, 트레이 송즈에게는 관심이 좀 많이 떨어졌어요. 제이 할러데이가 드디어 다시 새 앨범을 낸다고 해서요. 원래는 알켈리의 앨범과 같은 날에 예정되어 있었다고 들었는데, 공개된 영상을 보고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어요. 감성적으로는 트레이 송즈에게 영향을 받았고, 노래하는 스타일로는 제이 홀리데이에게 많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제이 홀리데이를 복습하는 느낌으로 요새 다시 많이 듣고 있어요. 그리고 나이트 앤 데이(Night & Day)라는 조금 오래된 2인조 알앤비 듀오의 앨범도 알게 되어서 듣고 있고요.
LE: 올해는 한 장의 믹스테입, 그리고 세 장의 싱글로 활동하셨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실지 계획이 궁금해요. 특히 이전과 같이 계속해서 믹스테입을 내실 생각이신 지가 궁금하네요.
믹스테입은 제가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계속 낼 생각이에요. 쪽수로 밀고 나가는 컨셉은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라서… (웃음) 내년 상반기에는 EP 앨범을 발매하려고 하고 있고, EP 앨범이 끝나면 바로 정규 앨범을 준비해보려 생각하고 있어요. 커버곡도 계속 낼 겁니다.
LE: 질문에 없어서 하지 못한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 소감 등등 자유롭게 얘기해주세요.
제가 서면상이 아닌 말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라 분명히 척수에서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온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제가 말을 잘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말은 많은데 말주변이 없어서… 그리고 지금도 긴장이 많이 돼요. 아까보다는 많이 나아졌는데… 재미있네요. 제가 힙합엘이와 인터뷰를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거든요. 이전에 카카오페이지에서 발행했던 ‘힙합엘이 더 매거진’에서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 인터뷰로 해서 잠깐 인터뷰 한 적이 있긴 하지만요. 그냥 가만히 있다가 연락을 받았는데, '오! 힙합엘이! 내가 하루에 한 번씩 가는 곳인데! 내가 여기랑?'이라고 하면서 놀랐어요. (웃음) 많은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자랑할 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 못 했어요. (웃음) 제게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고, 영광입니다. 저의 알앤비적 감성을 확립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 사이트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외국 힙합을 접하기 힘드니까요. 그런 곳에서 인터뷰해 주신다 해서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고, 질문들을 예상해서 답을 준비해 보려고 했는데, 예상 질문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는 거예요. 딱 한 가지 가사적 내용에 대한 질문만을 예상했었는데, 그 외에는 전혀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LE: 그 질문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죠. (전원 웃음)
제가 지금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물론 지금 제가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광주에 공연이 아직 많지는 않아요. 적은 횟수의 공연일지라도 만약에 광주에서 힙합이나 알앤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광주에서 자체적으로 열리는 공연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고, 한 번쯤은 그런 공연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티스트에 대한 판단은 그 후에 하셔도 늦지 않으니까요. 물론 저를 비롯한 활동하는 아티스트 분들이 양질의 음악과 공연을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이죠. 그렇게 된다면 저를 비롯한 광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더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좋은 양분과 계기가 될 것 같고, 그러면서 로컬씬이 더욱 활성화되어서 모두가 잘 되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알앤비라는 장르는 사람들이 싫어할만한 장르는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알앤비에는 멜로디적인 1차원적인 매력이 우선 있기 때문에 싫어할 수는 없다고 봐요. 사실 제게 '음란마귀'라는 타이틀이 붙을 이유가 없는데… 미국이라면 그냥 알앤비 싱어일 뿐일 텐데, 여기서 제가 '음란마귀'가 된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제가 저의 음악에서 다루는 부분이 알앤비라는 장르의 일부분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조금 아쉬워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저 타이틀이 좋은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해요. 다만, 제가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고 알앤비라는 장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제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많이 듣는 미국의 알앤비 곡들도 그냥 곡이 좋아서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 듣다가 나중에 가사를 알고 보면 야한 경우가 꽤 있잖아요? 그렇게 멜로디적인 매력을 느껴 접하고 좋아하게 되었다면 알앤비가 다루고 있는 다른 디테일한 감성에도 매력을 느끼면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다른 알앤비 싱어들도 더 많이 나와서 알앤비로만 열리는 공연도 국내에 생겼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저와 저의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자주, 많이 보여드리고 들려드리도록 노력할 테니 계속 꾸준한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